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2명의 케빈(Kevin)’과 다른 2명 등 4명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집권 뒤 줄곧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해임을 거론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의장은 전 세계 금리 및 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막강한 자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인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케빈과 케빈, 두 케빈 모두 매우 좋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명의 ‘케빈’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케빈은 매우 일을 잘하고 있고, 매우 잘하고 있는 다른 2명도 있다”며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4명 중 한 명이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며 “당장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새로운 연준 수장으로 거론됐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은 후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어젯 밤 베선트 장관에게 직접 물어봤다”며 “나는 스콧을 사랑하지만 스콧은 나와 함께 일하는 현재 자리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금리를 인하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에 대해 “해임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 결정이 매번 늦는 사람)”와 “루저(loser)”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연준의 독립성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한 때 증시, 국채, 달러 가치 등이 출렁이기도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에 대한 결정은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일축해 왔다. 이런 파월 의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다 훌륭해 보여도 막상 자리에 앉히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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