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3000년 된 파라오 금팔찌가 복원 과정 중 실종됐다. 당국은 공항·항구에 사진을 배포하며 전국적 수색에 나섰다. 실종된 금팔찌의 모습. (출처=이집트 고대유물부)
이집트 카이로의 유명 박물관에서 3000년 된 파라오의 금팔찌가 복원 과정 중 사라졌다. 당국은 공항과 항구에 긴급히 사진을 배포하며 전국적인 수색에 나섰다. 고대 파라오의 신성한 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이집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7일(현지 시각) BBC·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지난 화요일 성명을 통해 “약 3000년 된 금팔찌가 복원 과정 중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 “3000년 세월 견뎠는데”…도난당한 보물
프수센세스 1세의 은관 모습. (출처=이집트 박물관)
이 유물은 기원전 993년부터 984년까지 고대 이집트를 통치한 21왕조 파라오 아메네모페 왕의 금팔찌다. 1940년 4월경, 고대 이집트의 수도 타니스에 있는 프수센네스 1세 무덤에서 발견됐다.
황금 고리에 청금석 구슬이 박힌 형태로, 당시 사람들은 이 팔찌를 착용하면 병이 낫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신성한 보물로 여겨졌다.
사라진 시점은 로마에서 열릴 ‘파라오의 보물’ 전시를 앞두고 복원 중일 때였다.
박물관 측은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에 필요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공항·항구·육로 즉시 통제…이집트 전역 ‘발칵’
이집트-이스라엘을 잇는 국경의 모습. (출처=AP/뉴시스)
고대유물부는 밀반출을 막기 위해 전국 공항·항구·육로 검문소에 사진을 배포했다. 또 복원실에 남아 있던 모든 유물의 전수 조사를 위해 전문가팀을 꾸리기로 했다.
팔찌가 있던 박물관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위치한 대표 고고학 시설로, 17만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 중이다.
■ “금으로 녹여 팔릴 수도” 고고학자 경고
유물의 행방을 둘러싼 추측도 다양하다. 케임브리지대 법의고고학자 크리스토스 치로기아니스는 “단순 도난일 경우 온라인이나 경매장에 가짜 출처와 함께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적을 피하려 금으로 녹여 팔았을 가능성이나, 개인 수집가의 비밀 소장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세계 최대 박물관’ 앞두고 반복되는 유물 도난
다가올 11월 개관 예정인 ‘대이집트 박물관’의 시범 개관 모습. (출처=AP/뉴시스)
이집트에서는 고대 유물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알렉산드리아 인근에서 바닷속 유물을 빼내려던 밀매범이 붙잡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오는 11월 개관 예정인 ‘이집트 대박물관’을 앞두고 터져, 당국의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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