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폐막]
美中회담 이틀만에 ‘팩트시트’ 공개
中, 희토류 수출 허용-美대두 수입… 美, 301조 관세제외 만료 1년 더 연장
WSJ “中, 희토류 통제 중단 1년뿐”
종이에 어떤 내용 있길래… 시진핑 파안대소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보여준 종이를 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뒷줄 왼쪽)이 환하게 웃고 있다. 종이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출처 미국 백악관 X
“주요 2개국(G2) 정상회담은 양국 모두에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신(神)이 중국과 미국 모두에 축복을 주시기를 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30일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맺은 무역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날에도 취재진에 “중국이 펜타닐(마약)을 매우 열심히 단속하고 있다”며 “이 조치가 시행되는 걸 보는 대로 (펜타닐과 관련된) 나머지 10% 관세도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중국이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방치하고 있다며 2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 봉합 의지를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백악관, 희토류·대두·조선업 합의 강조
이날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지 이틀 만에 무역합의 내용을 팩트시트 형태로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승리”라고 자평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9일 발표한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산업에서 꼭 필요한 희토류와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등의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육류와 밀, 옥수수, 과일 같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포함한 모든 보복 관세를 중단하고, 특정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올린 조치도 철회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최소 1200만 t, 이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 t의 미국산 대두를 구입하기로 해 중국의 수입 거부로 큰 타격을 입었던 미 농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 차단을 위해 특정 화학물질의 북미 수출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미국의 해상, 물류, 조선 부문과 관련된 제재도 해제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이 분야의 중국 지배력 강화를 문제 삼으며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조사를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며 각종 맞불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미국에 자회사를 둔 조선기업 한화오션도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로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조치에 상응해 미국은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부과한 20%의 ‘펜타닐 관세’를 10일부터 10%포인트 인하한다.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던 301조 관세 제외 조항 만료일을 1년 더 연장하고, 해상·물류·조선 분야에 대한 대응 조치는 1년 유예하기로 했다.
● 美, 미중 정상회담 우호적이었다고 강조
백악관은 전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 화기애애했던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시 주석이 두 눈이 감길 정도로 파안대소하는 사진도 있었다. 백악관이 회담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까지 소개하며 정상회담이 우호적이었단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중단은 유효기간이 1년뿐”이고 “펜타닐 원료 단속은 이행 불가능한 약속이며 중국이 실제로 이행할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WSJ는 또 “미중 무역전쟁의 교훈은 동급의 경쟁국을 상대로는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달리 희토류도 있고,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팩트시트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도 언급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일자리 지원, 에너지 지배력 강화, 기술 혁명 리더십 촉진, 해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투자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획기적인 약속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취재진에 “(한국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접받는지 봤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받은 환대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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