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병원 외면’ 소아 수술… 난이도 세분화-중증도 재평가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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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형외과 교수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형외과 교수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형외과 교수
소아 수술은 단순히 ‘성인의 축소된 몸’을 수술하는 일이 아니다. 소아는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 특성이 성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선천성, 유전성, 신경근육계 질환을 다루기에 중증도가 매우 높은 고난도 수술이 각 전문과에서 진행된다. 흔히 ‘소아외과’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소아정형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안과 등 다수의 소아 특화 전문의들이 수술을 맡고 있다. 소아 수술은 높은 난도로, 장기간의 수련과 경험이 요구되고 많은 인프라가 필요해 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수술 체계는 지금 침몰하고 있다. 난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크지만, 현실에서 수가는 낮고 중증도조차 낮게 평가되고 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소아 수술을 기피한다. 소아 수술이 병원의 ‘적자’로 연결되고,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오히려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본주의와 효율성만 고려하면 병원에서 소아 수술을 유지할 유인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입원환자분류체계(KDRG)다. 이 체계에서는 수술명이 곧 중증도와 수가를 결정한다. 그런데 소아 수술이 성인 수술과 같은 이름으로 묶여 특수성과 위험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소아 수술에 대한 몰이해는 수가와 중증도뿐 아니라 심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난도 소아 수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에 의해 부당하게 삭감되는 일도 많다. 보건당국은 행정적 효율 때문에 수술 난이도 세분화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러한 구조는 인력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소아 수술 분야가 외면받으면서 새로운 인력 유입은 줄고, 기존 인력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많은 소아 수술 전문의들이 탈진과 구조적 차별 속에서 병원을 떠나고 있다.

최근 보건당국은 일부 고난도 소아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소아 중증환자 수술 비율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선언과 미봉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술명 세분화, 비전문가에 의한 부당 삭감 개선, 중증도 재분류, 인력 확보 등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아이들을 위한 수술이 병원에서 외면받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이는 특정 과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이들이 복잡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치료할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침몰하는 소아 수술 체계를 지금 바로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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