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AlphaGo), ‘아이폰’(iPhone). 이 제품들은 단순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을 넘어 기존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 엄청난 제품들은 모두 세기의 천재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스티브 잡스’, 알파고의 개발을 총괄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모두 엄청난 비전과 능력을 지닌 이들로 손꼽히죠. 그리고 이들 모두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은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세기의 천재들이 모두 게임과 깊게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첫 커리어를 게임 회사에서 시작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제품을 팔기 위해 게임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과연 이들은 어떻게 게임과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요?
스티브 잡스(자료 출처-게임동아)
게임 회사에서 시작된 애플
아이폰의 아버지이자 세기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의 첫 커리어는 의외로 게임 회사에서 시작됐습니다. 1974년 당시 세계 최고 게임사 중 하나였던 ‘아타리’에 무작정 찾아가 야간 근무로 첫 직장을 얻은 잡스는 게임 디자인, 매뉴얼 등 게임 내 다양한 부분을 수정 및 설계하는 업무를 맡으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후 아타리는 잡스에게 미국 전역에서 동전이 모자라게 만들었던 게임이었던 ‘퐁’의 후속작 ‘브레이크 아웃’의 개발을 맡기는데, 이때 잡스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 한 명을 개발에 끌어들이게 되는데요. 이 친구가 바로 훗날 애플 최초의 컴퓨터 ‘애플1’을 거의 혼자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천재였던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었습니다.
브레이크 아웃(자료 출처-게임동아)평소 게임에 관심이 있던 워즈니악은 잡스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브레이크 아웃’의 개발에 참여하게 되고 잡스는 기획을, 워즈니악은 개발을 맡아 게임을 만드는데요. 이때 잡스는 한 가지 사실을 숨겼는데, 바로 아타리가 게임 구동에 사용되는 칩을 50개 미만으로 줄이면 줄어든 칩 개수만큼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공을 튕겨내 벽돌을 부수는 벽돌 깨기 게임인 ‘브레이크 아웃’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상당히 높은 사양을 요구했는데요. 워즈니악은 당시 내로라하던 개발자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불과 4일 만에 끝냈고 45개의 칩으로 게임을 설계해 냅니다.
결국 잡스는 개발이 끝난 이후 보너스까지 합쳐 5,000달러를 받았지만,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한 워즈니악은 고작 350달러밖에 받지 못했죠.
잡스와 워즈니악(자료 출처-게임동아)이렇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친구의 능력을 확인한 잡스는 2년 후인 1976년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애플)를 공동 창업했고, 이후 키보드와 디스플레이장치(모니터)를 갖춘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PC) ‘애플1’을 선보이게 됩니다.
미국 시총 1위 기업이자,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보다 높은 연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인 애플의 시작이 한 게임사에서 시작된 셈이었죠.
데미스 허사비스(자료 출처- 구글 딥마인드)
만드는 게임 장르부터 달랐던 AI 아이콘
2016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의 바둑 대결에서 4승 1패로 알파고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었죠. 이 사건의 여파는 컸습니다.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AI)이 압승을 거두면서 AI가 이제 인간의 인식과 계산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을 세계 곳곳에 알린 셈이었으니까요.
이 알파고를 개발한 곳은 구글 딥마인드로, 현재 구글에서 추진하는 AI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인데요. 이 딥마인드의 창업자 중 한 명이 바로 현재 AI 영역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지닌 인물이자 노벨상까지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입니다.
블랙 & 화이트(자료 출처-게임동아)이 ‘데미스 허사비스’가 처음 AI에 두각을 나타낸 분야가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4세부터 체스 신동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자랑했던 ‘데미스 허사비스’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이후 ‘라이언 헤드 스튜디오’에서 곧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이곳은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개발자였던 ‘피터 몰리뉴’가 창업한 회사였습니다.
이 라이언 헤드 스튜디오에서 ‘데미스 허사비스’는 ‘블랙 & 화이트’라는 게임의 수석 AI 프로그래머로 활약했는데요. 이 게임은 유저가 여러 섬을 다스리는 신이 되어 건물을 건설하고 주민 수를 늘려 마을을 확장하는 굉장히 독특한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유저의 선택에 따라 추종자들의 성향이 선하거나 악하게 바뀌고, 주변 자연도 변화하는 굉장히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추종자 및 자연의 변화 AI 메커니즘의 개발에 이 ‘데미스 허사비스’가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자체 알고리즘으로 결과물을 내놓는 현재 AI의 기본 구동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리퍼블릭 더 레볼루션(자료 출처-게임동아)이후 ‘데미스 허사비스’는 1998년 엘릭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리퍼블릭: 더 레볼루션’, ‘이블 지니어스’ 등 유저의 선택에 따라 게임의 전개가 크게 달라지는 독특한 게임을 선보였는데, 경영에는 재능이 없었는지 이후 스튜디오를 매각한 이후 다시 학계로 복귀. 2010년 AI 전문 기업 딥마인드를 설립한 이후 2014년 구글에 4억 파운드에 인수되어 현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도 ‘데미스 허사비스’는 다수의 강연과 발표에서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게임에 쏟는 시간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 “단지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부분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등 게임이 가진 창의성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소기업이던 시절 자신이 개발한 운영체제를 IBM에 팔기 위해 ‘DONKEY.BAS’라는 게임을 만들어 계약을 따냈던 빌 게이츠의 일화 등 이 일가를 이룬 천재들과 게임의 접점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게임이 가진 순기능과 창의성에 집중하여 훗날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AI의 대두로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게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