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궁금해도 참는 것이 미덕입니다[벗드갈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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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몽골보다 한국이 살기 좋지요?”

한국 사람들이 간혹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다소 당혹스러웠다.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몽골보다 더 잘산다는 이유로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듯 질문 아닌 질문을 막 던지는 자신감이 신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TV나 뉴스에서 비치는 몽골의 단편적인 모습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좋았던 점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각종 인프라다. 특히 몽골에서는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그리고 한국을 살기 좋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도로 인프라다. 한국의 도로만큼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경제적 능력과 시간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서 많은 외국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택시 서비스도 매우 발전돼 있다. 탑승객 수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택시의 선택지도 다양한 데다가 택시를 타면 눈앞에 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계가 장착돼 있어 믿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비치게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웬만한 서류 증명이나 은행 업무를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할 수 있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생활을 하면서 편리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등록 외국인들은 서류나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 출입국사무소에 방문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까운 주민센터나 구청에 가거나 또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간단한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본인 인증 제도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다문화 인구의 편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중화장실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공중화장실이 잘 마련돼 있고 청결하기까지 하다. 반면 몽골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공중화장실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곳들도 많다.

한국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 같은 동에 거주하는 이웃과는 별다른 교류 없이 지내는 일이 많다. 사실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낯선 누군가에게 위급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돕는 면이 있다. 거리나 차도에서 안전이 우려되는 취객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112에 알리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거나 도움을 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따뜻함에 끌려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경제 규모가 작거나 국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의 사람들을 얕잡아 보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이다. K컬처에 대한 인기까지 더해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그런 경향도 있다.

필자가 한국 사람들에게서 많이 받았던 질문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한국에 경제적 목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결혼이민을 온 것이라는 편견에 “한국에 시집 온 거냐?” “남편이 몇 살이냐?”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서 좋지?” 등의 질문부터 “한 달에 얼마 버냐?” “한국이 너네 나라보다 살기 좋지?”까지 다소 무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필자의 한 외국인 지인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여자친구가 있는지, 주량이 어떻게 되는지 등 사적인 질문을 받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연장자가 개인 신상에 대해 묻는 것을 실례라고 여기지 않았던 한국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얕잡아 봐서 그러한 질문을 막 던지는 것으로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한국은 다양한 역경을 극복하며 지금의 경제력과 위상을 갖추게 됐다. 전 세계가 한국의 이러한 위대함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다문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부합하는 매너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는 일상 대화 소재일지 몰라도, 상대방에게는 아닐 수 있다. 때로는 궁금한 것도 참는 미덕이 필요하다.

#한국#몽골#생활환경#인프라#교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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