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누구나 자녀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양육 방식이 옳은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필자는 문화와 정서, 사회적 배경이 한국과 다른 외국 출신 엄마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며 혹시라도 상황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필자 주변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라, 공통된 걱정거리가 자녀의 학업 및 진로, 대인관계 등에 관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다문화인은 대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일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자녀를 동반하고 유학 중인 학생, 그리고 근로자도 많다. 또 필자가 경험한 외국인들 중 한국에서 단기적으로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보다 장기적으로 생활하려는 이들이 더 많다.
필자는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정보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한국에선 출산 후 대부분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이로 인해 ‘산후조리원 동기’라는 커뮤니티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맘카페를 통해 육아 및 교육 관련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이나 입시 정보 등 알아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발품을 팔아 쫓아다니기엔 물리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혹시 정보력이 약한 엄마 때문에 아이가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얻을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지 걱정될 때가 있다. 물론 한국 엄마들 가운데 필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엄마들은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고,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주변 학부모로부터 접하는 정보를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엄마들 입장에선 복잡한 교육 관련 정보를 한 번에 알아듣는다는 건 선행학습이 필요할 정도로 쉽지 않다.
사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러한 고충이나 문제가 생길 줄 몰랐다. 필자의 자녀는 현재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이다. 독자 가운데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아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애증 관계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감정 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제야 한국 엄마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 교환을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들은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심적으로 힘이 돼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아예 모르는 경우 어떻게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을까. 그래서 그런 외국인 지인을 찾아 물었다. 그들은 대개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부모보다 한국어 구사력이 높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도 빨랐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비교적 높았다.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나라 언어 및 문화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오히려 편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돼야 자신이 친구들과는 다른 가족 배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가지기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독립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꽤 됐다. 상당수의 외국인 부모는 타지에서 적응하며 학업하랴, 일하랴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상대적으로 더 적다고 한다. 이는 아이 입장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 독립적인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 출신 부모를 두고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생각보다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어쩌면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나 같은 나라 친구들에게 통역사 역할을 해왔을 테다. 내가 아니면 이 상황에서 부모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살다 보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 가끔씩 필자 또한 아이에게 결정과 선택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고, 이웃을 따라 결정하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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