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엄지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운데)가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머리 위로 손 하트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유세차에 올라 셀카를 찍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진공동취재단 박형기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12일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하나같이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제1 사명인 국민통합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문수 후보는 “경제 대통령, 시장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도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앞으로 가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가히 헌정사 초유, 전대미문의 비정상적 사태들이 잇달아 벌어진 끝에 대통령 궐위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다. 헌정 위기에 따른 조기 대선인 탓에 제대로 된 후보나 정책 검증도 없이 국민 선택에 맡겨졌고, 그렇게 당선된 차기 대통령은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비록 어느 때보다 허술하게 넘어갈 여지가 많은 선거가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흠결이 덜하고 능력 있고 비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후보들이 저마다 내세운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은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꼽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이기도 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5개월 넘는 정치적 소용돌이, 나아가 안으로는 마이너스 성장과 밖으로는 글로벌 관세전쟁이라는 경제적 내우외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유능한 지도자,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 줄 화합의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듯 후보들은 통합과 민생을 내세우지만, 거창한 구호나 번지르르한 당위론에 그치는 것도 현실이다. 각 당과 후보는 몇 마디 통합 메시지 뒤에 ‘내란 종식’과 ‘반(反)이재명’을 외치며 증오와 적대의 언사를 쏟아붓고 있다. 사법 리스크 방어에 급급한 채, 또는 계엄 등 국가적 위기의 원인 제공자와 절연하지 못한 채 상대만 헐뜯는 식의 경쟁에선 그 어떤 통합의 의지도 찾기 어렵다.
이런 극심한 정쟁 속에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실현 방안도 없는 공약이 난무한다. 각 당의 10대 공약만 봐도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김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각각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주요 공약들을 뜯어보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선심성 표퓰리즘 공약이 대부분이다. 이 후보의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임기 중 재정 100조 원이 투입돼야 하고, 김 후보의 감세 공약을 시행하면 5년간 70조 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렇듯 실현 못 할 약속과 남 탓만 하는 비방의 홍수 속에서도 국민은 어느 후보가 진정 작금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넘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인물일지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그 다수가 광장과 길거리가 아닌 일터와 가정을 지키며 흥분과 분노보다 냉정과 자제 속에 상식의 잣대로 판단하는 국민들이다. 6·3 대선 본투표까지 21일, 사전투표(29∼30일)까진 17일 남았다. 국민은 늘 위대하다. 그 위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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