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나란히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내놨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요양원과 달리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을 이용할 경우 간병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간병지옥’ ‘간병파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걱정과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건강보험을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연구원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1∼3단계 중증 환자에게만 적용해도 연간 최소 15조 원의 건보 재정이 소요된다. 문제는 이미 건보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 체제가 계속되면 적자 전환과 기금 소진 시점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사실 국민이 내는 보험료 수입에서 병원에 주는 급여비를 뺀 보험료 수지는 적자가 된 지 오래다. 국고 지원 등으로 적자를 메꾼 ‘가짜 흑자’일 뿐이었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면 의학적으로 꼭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병원에서 장기 요양하는 ‘사회적 입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도 요양병원 입원 환자 6명 중 1명인 8만 명가량이 사회적 입원 환자로 추정된다. 요양병원의 기능을 중증환자 위주로 조정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재정 부담을 낮추는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의 성과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간병비 급여화 공약 외에도 이 후보는 간호간병통합병동 확대, 김 후보는 난임 생식세포 동결·보존 비용 급여화를 공약했다. 이 역시 건보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급여 적용을 확대하려면 명확한 재원 확보 대책부터 마련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번에 새로 나온 공약이 아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이재명 당시 후보 모두 약속했고,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진전된 내용 없이 포장지만 갈아 끼워 다시 내놓은 것이다. 건보 재정 누수를 막을 대책 없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덜컥 약속부터 하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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