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헌법 파괴 저지를 위한 현장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내란 동조 정당’으로 낙인찍히며 대선에 참패한 국민의힘이 당 쇄신을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지도 못하는 등 더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 패배에 책임진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의총 시작 40분 전에 취소를 공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를 결정한 사법부 규탄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엔 ‘친윤 정치’ 심판과 퇴진 요구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권 원내대표는 공지문에서 당 개혁의 주체는 5대 쇄신 방안을 내놓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16일 선출할 새 원내대표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탄핵 반대 당론’의 백지화와 대선 후보 교체 시도의 진상 규명을 핵심으로 하는 김 비대위원장의 쇄신안에 힘이 실리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 주류 측을 겨냥해 “선거에 이긴 정당 같다”고 비판했고, 같은 날 재선 의원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김용태 임기 연장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당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에 시급한 것은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어떤 정책이나 메시지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탄핵 당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대선 후보 바꿔치기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의미 있는 자기 반성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쇄신은 당권의 향배와 뒤엉켜 제 길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 원내대표는 107명 의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의 영향 아래 뽑힐 개연성이 크다. 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절연’이란 과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김용태 쇄신안과 9월 전당대회 방안에 찬성하는 친한동훈계 역시 이참에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에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집권여당 시절 비상계엄을 감쌌고, 자당 대선 후보를 새벽 3시에 교체하려다가 평당원 손에 좌절당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친윤 주류는 눈곱만큼의 책임도 지지 않고 새 원내대표를 통해 당권을 지키려고만 한다. 언제까지 이런 볼썽사나운 당권 다툼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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