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싱가포르 회담 7주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수용적”이라며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NK뉴스 보도에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고,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친서는 이미 익숙하고 익히 예상된 것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김정은과 ‘연애편지’ 수십 통을 주고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2기 출범 이래 북한을 거듭 ‘핵국가(nuclear power)’라고 지칭했고, 4월 초엔 “(이미) 소통이 있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 우리는 뭔가 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김정은과의 대화는 언제든 꺼내 흔들 수 있는 주머니 속 카드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의 친서를 받지 않았다.
북한 측 대응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나 만났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김정은이다. 지금은 핵·미사일 능력이 7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 구멍이 숭숭 뚫린 데다 러시아 파병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기까지 했다. 대미 ‘최강경 대응’을 천명한 마당에 미국으로부터 뭔가 확실하게 얻을 게 없다면 개인적 소통도 거부하겠다는 제스처일 것이다.
북한이 한국 새 정부의 유화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은 더욱 작다.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금지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래 고강도 대남 단절 조치를 지속해온 북한으로선 그 어떤 전향적 제안에도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때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한국이 필요했으나 이젠 그마저 필요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는 조율 없이 각각 북한에 손짓하고 있다.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게 엄청난 자산”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이 대통령이 경쟁하듯 구애하는 터에 김정은으로선 한없이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6개월의 외교 공백이 끝난 만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부터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대북 직거래에 나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는 ‘스몰딜’을 체결하고, 거기서 한국은 배제되는 외교적 참사만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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