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상반기에 나온 국내 기업 구인공고 10건 중 8건이 일해 본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찾는 것이었다고 한다. 학교에 다닐 때 인턴 등 경력을 쌓지 못하고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은 입사 지원서를 내기 전에 이미 취업의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경력 없는 청년들에게 취업의 가장 높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채용 플랫폼에 뜬 상반기 채용공고 14만4000여 건을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해 봤더니 82%는 경력자만이 대상이었다. 경력·신입을 동시에 뽑는 곳은 15.4%였고, 신입만 뽑는 곳은 2.6%뿐이었다. 반면 대졸 청년 구직자의 절반이 넘는 53.2%는 재학 시절 직무 경험을 전혀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데, 기업은 ‘쓸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배경에 ‘직무 경험’이란 깊은 간극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할 때 경력직 ‘중고 신입’으로 자리를 채우는 수시채용은 대기업에서 이미 보편화됐다. 주요 5대 그룹 중 대졸 신입사원 정기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건 삼성 한 곳뿐이다. 신입을 뽑아 일을 가르치는 건 부담스럽고, 한창 일하는 직원은 큰 기업으로 이직을 꾀하는 게 고민거리인 중견·중소기업들도 가능하면 당장 써먹을 경력직을 뽑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어디서도 직무 경험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이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인턴 제도도 벽이 높긴 마찬가지다. 인턴사원에 뽑히려면 정규직 취업에 버금가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경력이 필요해 인턴에 지원했더니, 인턴 경력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더라”라는 푸념이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규직 채용 전환형 인턴’을 내걸어 기대를 부풀려 놓고, 계약 기간을 다 채운 뒤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도 많다고 한다.
‘경력이 없어 경력을 못 쌓는’ 아이러니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학교, 기업이 손잡고 재학 중 다양한 일자리 체험을 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신입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금, 세제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 번 뽑으면 해고가 어려워, 기업이 검증된 인력만 선호하게 만드는 경직적 고용제도는 손을 봐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이 인재 육성을 등한시하고, 경력자를 가려 뽑는 일이 계속되면 절대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청년 인재의 풀은 머잖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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