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쇠고기 추가 개방 검토… 대내 조율과 설득 서둘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5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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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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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미 통상협상 타결을 위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는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8월 1일 관세 유예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정부가 전체 국익을 확대하기 위해 농축산물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는 카드를 쓸 것인지 점검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은 없었다.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것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이 콕 집어 요구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미국산 사과와 쌀 등의 수입 개방, 확대를 수용할지 결단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중 우리 쪽 협상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미국과 담판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사태 후 지금까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해 왔다. 이명박 정부 초기 수입 개방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촛불시위가 발생한 트라우마 때문에 일본, 중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가 해제한 규제를 한국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지금처럼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해도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1위국이고, 수입되는 소고기의 절반이 미국산이다. 미 통상 당국은 추가 개방의 실익이 크지 않을 거란 우리 측 설명에도, 소고기 규제를 한국의 대표적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해 왔다. 이와 함께 LMO 감자, 과일 등에 대한 한국의 엄격한 위생·검역 규제, 5% 저율 관세로 수입하는 쌀 쿼터 가운데 미국 몫 부족도 문제 삼고 있다.

최종 협상안이 정해지기 전인데도, 일부 농민단체들은 한국인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농가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며 벌써 ‘제2의 광우병 촛불’을 거론하고 있다. 사과 농가가 많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 조율이 만만치 않을 거란 의미다.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농축산물을 협상카드로 내놓는 결정은 마지막까지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의 미래가 걸린 협상에서 수입 개방이란 전략적 선택을 마냥 피하기도 어렵다. 고육책을 택할 경우 중요한 건 국민과 농민이 납득하도록 정부가 이유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피해를 볼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구체적인 보상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산 소고기#30개월령 제한#대미 통상협상#농축산물 수입#광우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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