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인적 쇄신 등 당 혁신안을 논의했지만 윤 위원장의 의총 불참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과 공방이 이어지며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왼쪽은 최수진 의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이 23일 ‘윤희숙 혁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결론도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애초 윤석열 전 대통령 전횡에 대한 사과와 절연을 당헌·당규에 포함하는 방안 등 3가지 혁신안을 의논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불참한 채 의총을 열었다가 1시간여 만에 해산했다. 이에 반발한 윤 위원장이 오후에 참석해 의총을 다시 열었지만 그마저도 윤 위원장이 잠시 혁신안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쯤 되면 친윤계가 장악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혁신위원장도 없이 혁신안을 논의하려 했다는 오전 상황 자체가 혁신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는가. 오후 의총에서 의원들은 혁신안에 숙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다음 의총 일정도 잡지 못했다. 1차 혁신안을 발표한 지 2주가 다 되도록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이날 당을 망가뜨린 핵심 원인인 친윤 정치 청산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불법 계엄 훨씬 이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을 방치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파괴한 장본인이 친윤계다. 친윤 정치의 폐해를 끝내는 것이 국민의힘이 당장 실행해야 할 진짜 혁신인 이유다. 하지만 친윤 세력은 대선 패배 50일이 넘도록 사과도 반성도 없이 요지부동이다.
이런 틈을 타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전한길 씨 같은 극우 유튜버가 ‘자신을 품어야 당 대표가 된다’고 주장하는 상식 밖 일마저 일어나고 있다. 고개 숙여도 부족할 판에 친윤 세력은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은 보수 궤멸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마치 ‘반탄’ 주장이 횡행하던 대선 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라 했더니 퇴행하며 ‘도로윤석열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4년 차떼기 논란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중진 의원 37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이 구렁텅이에 빠지든 말든 기득권과 의원 배지만 지키면 된다는 친윤의 사익 추구 정치가 국민의힘이 앓는 중병의 본질이다. 친윤 청산 없는 어떤 혁신도 가짜일 수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