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기업’ 선발전이 본격화됐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쟁할 5개 정예팀(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각 팀이 개발한 AI 모델을 오디션 치르듯 6개월마다 평가를 거쳐 2027년까지 최종 2팀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대표 AI’ 5개 팀은 정부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 확보, 인재 채용 등 경제적 가치로 5300억 원가량에 이르는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소버린 AI’로 불리는 한국만의 독자적 AI 모델은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2, 3년 내에 AI 생태계 구축에 승부를 보겠다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고유한 문화와 언어, 가치관을 반영한 독립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해외 기업의 AI에만 의존할 경우 데이터 유출, 서비스 중단, 가격 인상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이미 자국형 AI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 대비 100%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거 한국 정부가 웹표준을 벗어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고집하다가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도태됐던 것처럼 기술 자립이 자칫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제조, 의료 등 한국에 강점이 있는 특화 모델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독자 AI 구축 사업이 정부 예산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5년간 AI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규모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극히 미흡한 수준이다. 소버린 AI를 추진하더라도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K-AI’나 ‘순수 토종 기술’이라는 타이틀 획득보다는 AI를 산업 곳곳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에 진짜 목표를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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