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모습. 뉴스1
한미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동맹 현대화’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측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즉 그간 북한 방어에 맞춰졌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할 것을 집중적으로 요구한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마음대로 빼가고 들어가고 싶어 한다”며 “한반도를 미국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해지는 동북아 안보 현실에서 이제 한미 간 동맹의 핵심 이슈가 된 게 사실이다. 이미 20년 전에도 한미 간 논란이 불거져 양국이 ‘양국 입장의 상호 존중’이라는 어정쩡한 합의로 타협했던 문제지만, 달라진 환경에서 미국으로선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더욱이 미 국방부의 국가방위전략(NDS)과 미군재배치계획(GPR)이 늦여름 나올 예정인 데다 마침 그 전에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는 만큼 미국 측은 동맹 간 안보 이슈를 한꺼번에 밀어붙일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물론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비개입주의 성향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 규모의 축소도 불가피할 수 있다. 한국군이 북한 방어를 주도하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한국의 경제·군사력 성장을 감안할 때 한미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까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미국이 ‘공동의 위협’으로 대응하자는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인데,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가 한국의 미군기지를 중국 견제용 전진기지로, 나아가 대만 유사시 출격용 발진기지로 삼는 것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뀌면 그 즉시 중국 공격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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