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취임 직후 이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적 있지만 양자 차원의 해외 순방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첫 대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순방 직전까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나 의제가 제대로 확정이 안 돼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막판 조율을 위해 방일 수행 일정을 건너뛰고 급거 미국으로 출국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번 순방은 새 정부 5년의 대외정책 기조와 방향을 보여주는 정초(定礎) 외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을 굳건한 중심축으로 안정화하고 일본까지 포함해 3각 협력 체제를 공고화하는 첫 행보다. 한데도 한미 정상회담은 막판까지 불확실의 안개에 싸인 터라 역대 양국 정상 간 첫 대좌 중 가장 위험 부담이 큰 만남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으로선 양자 외교 데뷔전부터 큰 시험대에 선 셈이다.
우리의 유일 동맹국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가는 이례적 일정은 새 정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세계적 지각변동의 시기에 일본은 그 격랑을 함께 헤쳐가는 협력 파트너가 됐다. 이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만나 과거사 갈등을 넘어 미래 협력에 집중하는 윈윈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전방위적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흐르는 TV 생중계 무대가 될 수 있다. 모든 사안을 손익계산의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다 특유의 변덕과 독단도 서슴없이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이 난데없이 봉변을 당하는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 대통령 역시 친화력과 언변을 토대로 진솔한 소통과 친교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다.
한미 회담에 오를 통상경제 안정화,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조정 등 의제들은 우리에게 하나같이 만만찮은 사안이다. 우리의 자강 노력과 동맹에의 기여 의지를 보여주며 미국에 핵우산 강화와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등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더욱 가혹하다지만 자강과 함께 동맹의 윈윈을 추구하는 진정성에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미일 윈윈윈’의 트리플 승리 전략을 엮어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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