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반대해 온 ‘반탄’ 진영의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26일 국민의힘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결선 투표를 치른다. ‘찬탄’ 진영인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탈락했다. 22일 당원 투표 80%,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상대 여론조사 20%로 합산한 경선 결과 두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선 투표에서 김 후보와 장 후보 중 누가 이겨도 ‘윤 어게인’을 내세우며 변화를 위한 인적 쇄신을 거부해 온 후보가 대표가 된다.
이는 대선 패배 이후 석 달이 다 되도록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퇴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경선 내내 불법 계엄을 옹호한 김 후보는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장 후보도 ‘윤 어게인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두 후보는 탄핵 찬성이 배신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운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와 ‘손을 잡는’ 모습까지 보였다. ‘계엄이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끼쳤다’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민심과 담을 쌓으며 반탄 진영이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예약한 것이다. 국민의힘에 털끝만 한 변화의 가능성이라도 있는지 묻게 된다.
그간 국민의힘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이번 결과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시대착오적 계엄 이후에도 ‘반탄’ 주장이 횡행했고 대선 패배 뒤에는 친윤 세력이 지도부를 장악했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윤 전 대통령 전횡에 대한 사과와 절연의 당헌·당규 포함, 친윤 핵심들에 대한 인적 청산까지 계엄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 어떤 쇄신안 하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찬탄 진영의 안 후보, 조 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혁신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김 후보와 장 후보는 이제라도 경선 때 보인 뒷걸음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절반도 안 되거나, 절반을 조금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탄당’을 자처하는 한 그 어떤 정부·여당 견제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오히려 매서운 심판의 칼날이 국민의힘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