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용자 범위를 원청 기업까지 확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이 표결한 결과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도 재고를 요청한 법이 결국 통과된 것이다. 유예기간도 기업들이 요구한 1년의 절반인 6개월이다. 산업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해 보완 입법 등 정치권과 정부의 추가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당초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 달라는 노동계 요구에서 출발했다.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이 두 차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내용은 더 강해졌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사용자 규정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기업 상대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줬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 등 처우 관련 사유 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 등으로 확대됐다.
시행까지 반년이 남았는데도 벌써 원청 기업을 향한 하청 노조들의 ‘투쟁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하청업체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은 자칫하단 수십∼수백 개 업체와 일일이 교섭하게 될 거란 우려가 현실로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섭을 거부했다가 부당노동 행위로 형사처벌될 걸 걱정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줄일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응해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석유화학 시설을 감축할 때에도 노조 파업을 걱정하게 됐다.
이젠 혼선을 최소화할 후속조치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어떤 경우에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는 경영상의 결정은 어떤 건지 여전히 불명확하다. 민주당과 정부는 보완 입법이나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해 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과도하게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도 넘겨들어선 안 된다. 이 법 때문에 한국이 ‘파업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산업질서가 무너져 0%대로 떨어진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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