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訪中으로 다자외교 데뷔… 승부처 맞은 李 실용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8일 23시 27분


코멘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북한과 중국이 28일 발표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월 이래 6년 8개월 만으로, 김정은이 다자 외교무대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는 외국 정상 26명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북-중-러 3각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 특히 다자무대 데뷔 결정은 9월 초 중국 전승절 행사와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동북아 외교의 계절을 맞아 그 중심에 서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재작년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과 작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이미 러시아와 끈끈한 밀착 관계를 맺은 김정은이다. 이제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까지 복원하면서 북-중-러 연대의 일원임을 대외에 과시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방중은 김정은의 몸값이 한껏 오른 상태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정권교체 이래 김정은은 양쪽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아왔다. 며칠 전 한미 정상회담에선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해 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가파른 북-미 간 대결을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바꿨던 7년 전의 외교 사이클이 재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김정은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전후엔 꼭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기존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결 구도 속에 트럼프 2기의 초불확실성 변수가 결합한 예측불허 혼돈의 국면이다. 김정은의 방중이 북-중-러 연대 과시라는 외양을 띨 것은 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러 스트롱맨과의 협조 체제, 즉 강대국 간 결탁의 시대를 꿈꾸는 만큼 앞으로 동북아 진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도 이런 변화 기류를 읽고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영 대결 구도가 여전한 가운데 트럼프식 톱다운 거래가 몰고 올 시대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제 막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정부지만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새 질서를 마냥 기다리다 맞을 수는 없다. 중국, 북한을 상대로 한 고난도 대응이야말로 새 정부 실용외교의 진짜 승부처일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다자 외교무대#푸틴 러시아 대통령#북-중-러 연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