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일 일본산 수입품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산 자동차·부품도 15%의 품목관세를 내게 됐다. 반면 관세협상 행정절차가 끝나지 않은 한국산 자동차·부품은 이보다 10%포인트 높은 고율 관세(25%)를 물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들로선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합동단속반이 급습해 출장·관광 비자로 체류하던 한국인 직원 등 450여 명을 체포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7월 22일 일본과 관세협상의 큰 틀에 합의한 후 한 달 반 만으로, 이르면 다음 주 발효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8일 뒤 동일한 관세율(15%)을 미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8월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절차가 늘어지면서 4월부터 부과된 25% 관세가 언제 낮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하던 우리 자동차업체들로선 관세율이 25%포인트 높아진 상태다. 반면 기존에 2.5%의 관세를 물던 일본 업체들의 관세 부담은 12.5%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수십∼수백만 원의 가격 차이로 소비자 선택이 바뀌는 경쟁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불리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한 달 길어질 때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약 5000억 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관세를 빨리 낮추려면 협상의 다른 부문 이견을 해소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미국이 최종 타결에 앞서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펀드의 운용 계획, 수익 배분 방식을 미리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는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출·보증을 늘리려는 데 반해,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금에 즉각 돈을 넣길 원한다. 조속한 관세 인하를 위해 일본 정부는 5500억 달러의 투자 이행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썼다고 한다.
관세전쟁의 여파로 1~7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5.1% 급감했다. 기업들이 이익을 줄이며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오래 버티긴 어렵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이민자 단속 사건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정부 외교·통상 당국은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후속 협상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