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힘 해산” “양두구육”… 민생협의체 합의는 또 물 건너가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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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좌)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여야 지도부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가까스로 마련한 대화 기류와 어긋나는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정당 해산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같은 연설에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 같은 거친 언사로 여권을 맹비난했다.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정치 복원을 다짐한 것과 완전히 딴판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 대표의 연설은 국민의힘을 없어져야 할 정당 취급한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불법 계엄과 탄핵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내란 정당’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107석의 제1야당인 점도 현실이다. 당장 이 대통령부터 여야 대표 회동에서 ‘야당도 중요한 국가기관’이라며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는가. 이 대통령은 야당에 대한 정치적 양보를 주문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양보도 가능한 일이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도 출범 100일을 맞은 정부와 여당을 정치의 상대로 존중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당 파괴에 골몰하는 양두구육의 국정 운영” 같은 공격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 대통령과 만나 민생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과도 상충된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정 대표가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성공했다면 이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즉각 “그리 됐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민생경제협의체를 신속 가동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도 협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먼저 변해야 협치가 가능하다는 태도이고 송 원내대표도 앞으로 협치를 할지는 여당에 달려 있다는 식이다. 당 지도부가 더 앞장서서 증오를 부추기면서 어떻게 여야 간 심도 있는 조율이 필요한 민생협의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야정 국정협의체 논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말만 번지르르 했을 뿐 여야의 극한 대치에 묻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에도 상대 탓만 하며 그런 전철을 밟을 생각인가.


#이재명#여야 대표 회동#정청래#송언석#민생경제협의체#정치 복원#협치#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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