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중재법을 건드리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1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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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오보에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는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징벌법)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누구든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가짜정보를 만들거나 조작하면 배상해야 한다”며 “언론 탄압이라 주장할 근거가 되니 언론으로 특정하지 말자. 언론중재법을 건드리지 말자”고 했다. 언론만 대상으로 악의나 고의성이 없는 보도에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는 여당 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언론이 오보를 낼 경우 중과실만 인정되면 상한 없는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일부러 그런 것(오보를 낸 것)과 실수를 한 것은 다르다”며 “법률가적 양심으로 보건대 중대한 과실이더라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면 징벌 배상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단순 오보에도 형벌적 제재를 부과하면 공익적인 보도조차 위축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이 같은 이유로 단순 오보를 엄벌하는 유례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언론 말고 유튜브도 일부러 가짜뉴스 (유포)해 놓고 돈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가만 놔둬야 하느냐”고 했다. 앞서 국무회의에서는 “돈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뿌리는 유튜버에게는 제일 좋은 것이 징벌적 배상”이라고 한 적도 있다. 언론징벌법 적용 대상에서 유튜브를 제외한다는 여당과 달리 허위 정보를 엄벌해야 한다면 유튜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부정선거론을 비롯해 그동안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준 허위 정보들의 온상은 대부분 유튜브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허위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 가운데 이례적으로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한다. 이 밖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민법상 정정보도 청구, 각종 심의위원회 등 언론에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들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 여기에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액까지 추가로 물리겠다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으로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일 뿐이다. 무리한 언론징벌법은 포기하고 음모론 같은 허위 정보의 제작과 유포를 엄벌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언론중재법#징벌적 배상금#오보#가짜뉴스#이재명 대통령#언론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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