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들이 훔쳐낸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개인정보가 버젓이 올라 있는 게 확인됐다. 한국의 통신사,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에서 해커가 탈취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요 인사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자랑거리처럼 올린 것이다. 해킹은 기업과 개인의 관리 소홀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국가적 안보 사안이란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에 따르면 올해 7월 13일과 20일에 각각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이 대통령 부부의 주소, 휴대폰 번호 및 기종, 이메일 주소 등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됐다. 확인 결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일부 정보가 실제와 일치했다. 정보를 올린 해커는 이전에 국내 인터넷 언론사의 도메인 정보, 유명 유튜버 신상 정보 등을 해킹해 공개했던 인물이다. 해커는 범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크웹’과 동시에 일반인도 접속할 수 있는 일반 인터넷의 해킹 정보 공유방에 관련 정보들을 올렸다.
국내 해킹 사고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4월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대량 유출에 이어 최근엔 국내 체류 중국인 범죄자가 불법 이동식 기지국을 이용해 KT의 전파를 가로채 소액결제에 악용한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별도로 KT의 서버까지 해킹돼 다수의 가입자식별정보 등도 유출됐다고 한다. 롯데카드에선 28만 명의 신용카드 비밀번호, 유효기간, 세 자릿수 보안코드(CVC)가 유출돼 후속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높은 디지털화 수준은 해킹 범죄 앞에서 오히려 취약점이 되고 있다. 외화벌이 사업으로 국가가 해킹을 지원하는 북한, 가장 많은 해커가 활동하는 중국의 집중 표적이라는 것도 불리한 점이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김수키’는 한국의 국방 관련 기관과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피싱·악성코드 공격을 반복해 퍼붓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개인정보가 쉽게 털리는 상황이라면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안전할 순 없다. 정부 내 사이버 보안의 책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국가정보원, 군 등에 흩어져 있어 조직적·효과적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해 고도화한 해킹은 우리 사회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가 됐다. 해커들의 공격에 맞설 종합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총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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