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23일 구속됐다. 2022년 대선 직전 통일교 간부 윤영호 씨를 통해 ‘윤핵관’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혐의, 대선 직후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8000만 원대 목걸이, 샤넬백 등을 건네며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혐의 등이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지금까지 통일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교단 차원의 개입이 아니라 윤 씨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통일교 내에서 ‘참어머니’라고 불리며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한 총재가 구속됨에 따라 그 같은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통일교 간의 ‘정교유착’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대선 전부터 시작됐다. 1억 원을 권 의원에게 건넨 윤 씨는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를 권 의원에게 보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이런 정황은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 아닌지 의심케 한다. 특검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자금 수억 원이 국민의힘 시도당에 흘러간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직후 만난 윤 씨가 아프리카 원조 등 통일교의 각종 숙원 사업을 청탁하자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게 하자’고 답했다는 내용이 윤 씨의 공소장에 담겼다. 1주일 뒤 외교부는 아프리카 원조를 2배 늘리는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번 영장 내용에는 빠졌지만 통일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특검은 통일교가 김 여사의 요청으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통일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통일교가 당권의 향배에까지 개입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 헌법 20조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종교도 국가 정책이나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종교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정 종교가 정치나 국정에 개입하게 되면, 거꾸로 정치권력이 다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의 유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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