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은퇴 후 5년 근로소득 있으면 국민연금 삭감… 이게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2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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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은퇴 후에 일해서 소득이 생기면 연금이 깎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에만 13만7061명이 2429억7000만 원을 덜 받았다. 1인당 월평균 19만 원 정도 깎였다. 어르신들 사이에선 “나이 들면 일하지 말고 놀라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대선 후보들도 맞장구를 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감액 제도의 개선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제도 폐지를 공약했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은퇴 후 재취업을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노령연금) 수령 첫해부터 최대 5년간 수급액을 삭감하는 제도다. 연금을 깎는 커트라인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소득인데, 올해 기준으론 월 309만 원이다. 기준선을 넘는 소득액에 따라 삭감액이 달라진다. 초과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면 초과한 액수의 5%를 깎는다. 초과 소득이 많아질수록 깎이는 돈도 커져 연금액의 최대 50%까지 줄어든다.

▷이 제도는 특정인에게 소득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연금 재정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시행 당시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중요해진 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초과 소득 산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근로·사업소득만 반영하고 배당·이자소득 등은 빠지기 때문이다. 연금액에 대해 소득세를 내는데 감액까지 하는 건 이중과세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보험료 내봐야 소용없다는 실망감이 퍼져 연금 제도 자체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소득에 따라 연금을 깎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그리스 스페인 등 4개국뿐인데, 최근 일본도 감액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2022년 OECD는 한국 정부에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감액 제도 완화를 권고했다. 정부는 2023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재직자 감액 외에도 다양한 감액 제도가 있다. 부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연금액이 20% 깎이는데, 위장 이혼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있다.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줄어드는 연계 감액 제도 역시 원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저런 감액 제도를 모두 없애려면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대충 땜질식으로 손댈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등을 모두 고려해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재설계하는 구조 개혁의 큰 그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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