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김여사에게 전해줘”… 샤넬백, 그라프, 천수삼 농축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3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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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일주일 전인 2022년 5월 3일 김건희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다. 당시 하얀색 셔츠와 함께 입은 검은색 A라인 치마가 5만4000원짜리여서 화제가 됐다. 2022년 4월에는 3만 원짜리 흰색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모두 김 여사 팬카페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이다. 정작 그 시간 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1000만 원대 샤넬 백을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윤 씨는 2022년 4월, 7월 등 두 차례 전 씨에게 샤넬 백을 전달했다. 그런데 전 씨는 준 적이 없고, 김 여사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행방이 묘연했던 백이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던 전 대통령실 행정관 유경옥 씨를 거쳐 간 사실이 확인됐다. 전 씨는 “개인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바꿔 오라고 부탁했다. 돌려받은 후 잃어버렸다”고 했다. 유 씨 역시 “김 여사 모르게 전 씨 심부름을 했다”고 했다. 결국 김 여사는 모른다는 주장인 셈이지만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 씨는 각각 웃돈을 더해 샤넬 백 상위 모델로 교환했다. 대통령 부인에게 전달될 선물을 수행비서가 임의로 교환한 것도, 공무원 신분으로 무속인의 심부름을 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는 않는다. 더욱 수상한 건 은밀한 심부름을 시킬 만큼 가까운 사이라면서 ‘법사 폰’ 3개에 둘의 문자나 전화 기록 등 뚜렷한 소통 정황이 없었다는 거다. 둘 사이에 누가 있었나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윤 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던 선물 리스트에는 6000만 원 상당의 영국 명품 주얼리 그라프(Graff)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고가의 건강식품인 천수삼 농축차도 있었다. 전 씨는 그라프 목걸이 역시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윤 씨가 목걸이와 가방을 돌려받고 싶다고 전 씨에게 보낸 문자도 남아 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시기에 이런 문자를 주고받았다. 검찰은 유 씨가 증발한 목걸이의 소재를 알고 있는지도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통일교의 청탁 내용은 유엔 제5사무국 유치, 통일교의 YTN 인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이었다. 무속인 전 씨는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팔아 호가호위하던 인물이었다. 윤 씨와 전 씨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말을 맞추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런 부박한 ‘이익공동체’에 금이 가는 건 순식간이다. 300만 원 ‘쪼만한’ 백부터 6000만 원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명품 스캔들이 내내 따라다니던 대통령 부인이 그 중심에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진짜 비극이다.

#김건희#윤석열#샤넬 백#명품 스캔들#통일교#유경옥#다이아몬드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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