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 이후 주택 거래가 급감하며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 대출 등 우회로까지 틀어막으며 바짝 돈줄을 죄고 있다. 하지만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정작 새는 곳은 따로 있었다. 해외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해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인들이 아파트를 쓸어 담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 출처나 가구원 파악이 어렵다는 허점을 노린 탈세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등에서 고가 아파트를 편법 취득한 외국인 49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부분 미국·중국 국적이고, 대상자의 약 40%가 한국계,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이들이 산 주택 230여 채 가운데 70%가 강남 3구에 몰려 있고, 시세 100억 원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 외국 국적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외국인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섞어 쓸 수 있어 과세 감시망을 피하기 쉬웠다. 금융·과세 당국이 해외 계좌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악용했다.
▷국내 사업체에서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가 많았다. 국내에 전자부품 무역업체를 설립한 외국 국적의 A 씨는 해외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매입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이후 조세회피처에 숨긴 돈을 국내로 들여와 서울 용산구의 최고급 아파트, 토지 등을 사들였다. 해외 은닉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아빠 찬스’ 역시 빠지지 않았다. 미국 국적의 B 씨는 국내에 사는 부친의 분양전환권을 무상으로 넘겨받아 본인 명의로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샀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아파트를 사서 외국계 회사 주재원 등에게 임대해 수억 원의 임대료를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은 전입신고를 잘 하지 않고 소득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허위 양도 계약으로 1주택자로 위장하거나, 외국에 살면서도 국내 거주자에게 적용되는 세금 감면을 받기도 했다.
▷적발된 사례는 극히 일부일 수 있다.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은 국내에서 총 2만6244채, 거래금액으로 7조9730억 원어치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에선 외국인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비율이 40% 정도에 그쳐 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인 부동산 쇼핑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의 외국인 투기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지 않도록 허점을 메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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