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난임을 진단받은 남성 환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6년 새 38% 급증했다. 일단 난임 검사를 받는 남성이 늘었다. 난임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3분의 1씩 그 원인이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유를 잘 모른다. 여성 탓만 하던 과거와 달리 남성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늘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 영향도 크다. 통상적으로 35세가 지나면 정자 운동성, 정액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 난임은 정자가 생산되지 않거나 돌아다니지 않아서 발생한다. 고환 주변 정맥이 늘어나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해진 ‘정계정맥류’가 남성 난임의 35∼40% 정도를 차지한다. 고환이 따뜻해져 정자 생성 능력이 떨어진다. 그다음은 무정자증이 10∼15% 정도를 차지한다. 정관이 막혀 정자가 배출되지 않거나, 호르몬 이상 등으로 정자 생성이 아예 안 되는 경우다. 이렇게 원인이 분명하면 약물 치료나 외과적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환경적 요인도 남성 난임의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비만 상태이거나 고혈압, 당뇨 등 대사 질환을 앓게 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저하시키고, 고환 온도를 높여 정자 생성을 방해한다.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전립샘비대증이나 고혈압, 당뇨 환자가 늘어나는 30대 후반 결혼이 늘어난 것도 남성 난임 환자 증가의 한 원인이다. 흡연이나 음주가 정자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남성 난임 환자들은 여성 난임 환자들 못지않게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난임을 단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성 상실이라고 여겨 우울증을 앓거나 자존감이 저하된다고 한다. ‘미안해서 아내를 못 보겠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남성 난임이라고 할지라도 체외수정, 인공수정 같은 보조생식술로 연결되므로 배우자도 신체적인 부담을 나눠 갖는다. 아직 생식 능력을 남자다움으로 여기는 문화가 남아 있어 숨기고 싶어 하는 남성이 많다고 한다. 최근 난임 시술을 받는 남성 환자가 크게 늘었는데도 남성은 난임 휴가를 받는 경우도 드물다.
▷남성 난임을 공개하기를 꺼리다 보니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돼 있다. 남성 난임 환자의 치료 및 수술은 부부가 함께 시술받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무정자증 환자는 직접 정자를 채취하는 수술을 받지만, 정자가 발견돼 보조생식술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자채취술은 최대 300만 원까지도 들고, 여러 번 받아야 해서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아이가 간절한 마음은 아빠도 엄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성 난임 환자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줄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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