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생 찰리 커크는 미국에서 가장 힘 있는 청년 우파 논객이었다. 18세에 보수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해 진보가 주도하는 대학가에 3500개 지부를 두고 ‘트럼프 시대’를 예고한 뒤 트럼프 시대의 총아가 됐다. 그가 10일 한 대학교 야외 행사장에서 학생들과 토론하다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날아든 총탄에 숨지자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이유다. 연방수사국(FBI)은 현상금 10만 달러를 내걸고 총격범을 쫓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실세였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방문 횟수가 약 100번이다. 트럼프 재선 땐 ‘킹메이커’로 불렸다. 터닝포인트를 통해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아 트럼프에게 젊은층 득표율 45%를 안기는 데 기여했다. J D 밴스를 부통령으로 추천한 이도 그다. 트럼프 취임식 전날 터닝포인트가 주최한 축하 행사엔 젊은 실세에게 눈도장을 받으려는 1500여 명이 최소 입장료 5000달러를 내고 몰려들었다.
▷2020년 트럼프가 패배한 후엔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했고, 2021년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1·6사태 땐 이른바 ‘애국자’들을 태운 버스 7대를 보냈다. 그의 입도 트럼프만큼 거칠었는데 유대인, 동성애자, 흑인들이 주요 타깃이었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쓰레기”라 불렀다. 커크가 피살되자 진보 매체 논객이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순 없다”고 논평했다가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
▷미국 언론은 그의 피살 소식에 “정치 폭력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며 ‘폭력적 포퓰리즘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정치적 폭력이 빈발했던 1960년대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 후 지난 대선까지 정치 폭력은 300여 건 발생했다. 올 5월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40%가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무력 사용에 찬성한다’고 했고, 공화당 지지자의 25%는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한 군 투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커크는 보수가 낳고 극우가 키운 운동가였다. 보수적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극우 논객 러시 림보의 라디오를 듣고 자랐다. 고교 시절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라이트바트 뉴스에 ‘(진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교과서에 너무 많이 나온다’는 칼럼을 기고해 폭스뉴스에 소개됐고, 이를 본 보수 운동단체 ‘티파티’ 관계자에게 발탁됐다. 폭력적 주장을 쏟아내는 양극단의 매체와 단체들이 청년들을 정치적으로 고양시키기보다 싸움닭으로 키워 사회 곳곳에 화약고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아내와 두 자녀를 남기고 떠난 젊은 논객의 안타까운 죽음이 보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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