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트럼프 당선 1년… 불확실성 늪에 빠진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3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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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이 된다. 그는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1년 전만 해도 미국은 매우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었지만 내가 취임한 후 힘을 되찾았다”며 “취임 후 9개월 만에 18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해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자국 내 민심의 평가는 트럼프의 자평과는 거리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트럼프 당선 1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41%로 2021년 미 의사당 습격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와 달리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강해졌다’보다 우세했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으며,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65%로 높았다. 휘발유 가격 인하에도 상호관세로 물가가 오름세인 것이 악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야당인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민생에 무관심하기로는 트럼프나 여당인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하다는 평가다. 내년 중간선거가 오늘 당장 치러진다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46%)과 공화당 쪽을 찍겠다는 답변(44%) 간 별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의 실점이 민주당의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주요 요인으로는 정치적 양극화가 꼽힌다. 미국 동서부 해안은 파란색(민주당), 그 사이 지역은 빨간색(공화당)이다시피 해 나라가 두 쪽 난 상태이고, 트럼프 지지율도 공화당원 사이에선 86%, 민주당원의 경우 5%로 극과 극이다.

▷국내에선 전직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해 정적들을 줄줄이 보복 기소하고, 진보 성향의 대학과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을 상대로 연일 거친 싸움을 벌이면서도 해외에선 평화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8개의 전쟁을 끝냈다”는 자평과는 달리 트럼프의 귀환 이후 세계는 위험해지고 있다. 대외 원조 축소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면 미국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엔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33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까지 명령하면서 핵 군비 경쟁 우려까지 나온다.

▷고인이 된 헨리 키신저는 “트럼프는 역사상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할 때 등장해 그 시대의 가식을 벗겨 내는 인물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극우 세력의 발호와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는 것도 트럼프 영향이 크다. 전 세계를 유례없는 불확실성으로 던져넣고 있는 트럼프의 임기가 아직 39개월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대선 1주년#미국 경제#여론조사#정치 양극화#공화당#민주당#국제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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