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국회, 추석 전 ‘이춘석 방지법’부터 해보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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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부국장
박용 부국장
더불어민주당은 3월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공개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억 원 상당 30년 만기 미국 국채 투자를 문제 삼았다. 최 부총리는 “미국채 투자는 공직자 윤리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경제 사령관이 제정신이냐”며 호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들이댄 이 엄격한 기준을 소속 의원부터 적용하고 실천했다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로 특정 주식을 거래한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일탈은 충분히 막았다. 이번 일로 민주당은 또 말 따로, 행동 따로 정당이 됐다.

의원 재산 등록, 차명거래 취약 드러나

이 의원은 논란이 일자 법사위원장을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 의원을 제명 처리했다. 이번 일을 개인의 사퇴와 사후 엄벌로 끝내선 안 된다. 민주당은 2년 전에도 소속 의원의 코인 거래 논란과 탈당을 경험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의원은 코인 보유와 상임위원회에서 코인 거래 논란이 확산되자 탈당했다. 하지만 1년 뒤 복당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의 중책도 맡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일을 저지른 문제 정치인이 탈당으로 소나기를 피하고 복당해 권력 핵심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국민은 어떻게 볼까. 일부 의원들은 이런 일쯤은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남국 사건은 이춘석 사건의 예고편이었다.

김남국 사건 때 이미 1년에 한 번 재산 현황과 변동 내역을 공개하는 공직자 재산 등록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당시 미국 의회처럼 의원들이 주식이나 코인 거래를 할 때마다 수시 보고하게 해야 거래 시점의 이해충돌, 미공개 정보 이용을 감시할 수 있다는 대안까지 거론됐다. 떳떳하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툭하면 무더기 법안을 쏟아내던 의원들이 이 개혁을 뭉갰다.

이번 이춘석 사건에서는 의원 재산 등록 시스템의 또 다른 허점이 드러났다. 의원이 주식 거래를 수시로 신고하더라도 보좌관의 차명계좌로 자금을 운용하면 잡아내지 못한다. 의원과 보좌관은 인공지능(AI) 지원처럼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과 법안에 관여한다. 필요하면 정부, 공공기관, 단체 등을 통해 기업이나 금융사의 원가나 수수료와 같은 민감한 자료도 요구한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 내부자가 아니더라도 정부 기관이나 공적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도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보좌관 공동체의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이해충돌 논란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보좌관까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코인이나 주식 거래를 수시 보고하게 하는 ‘이춘석 방지법’이 필요하다.

의원-보좌관 공동체 감시 강화해야


민간이 느끼는 국회는 과거의 국회가 아니다. 권한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의원 보좌관 출신을 찾는 민간 수요가 많지만 감시망은 헐겁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7월 국회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11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 가운데 의원 보좌관 출신 5명은 태광산업 토스증권 쿠팡 네이버웹툰에 취업했다. 기업이나 금융사는 온갖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보좌관이 경쟁 기업으로 가는 게 부담스럽다. 국회에서 자료를 요청할 때는 공식 문서로 근거와 요청자료를 명확히 밝혀야 나중에 탈이 나지 않는다.

10월 추석이 끝나면 의원들의 증인 신청과 자료 요청이 쏟아지는 국정감사 시즌이다. 국회에서 과반인 166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개혁에 진심이라면 추석 전 이춘석 방지법부터 앞장서 해보라. 세상에 개혁을 요구하기 전에 국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특권 괴물이 돼가고 있지 않은지 ‘거울 속의 나’부터 바라보고 먼저 달라져야 한다. 그럴 때 개혁의 진정성과 힘이 생긴다.

#더불어민주당#이춘석#공직자 윤리#차명거래#의원 재산 등록#이춘석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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