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문병기]李, 중국에 대한 트럼프 질문 답할 준비 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0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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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정치부장
문병기 정치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정권 초 관세 협상 고비를 넘겼지만, 상대가 트럼프다. 한미 관계가 전환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의 첫 회담이 갖는 리스크는 상당하다.

정상회담은 통상 실패하기 어려운 외교 이벤트다. 실무진이 사전에 일정과 의제를 면밀히 조율하며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회담은 일반적인 정상회담과 다르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다.

트럼프 압박 질문 대비해야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정상회담을 가진 6개국 외교관들을 인터뷰해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이들의 조언을 보도했다.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들에 남기는 일종의 족보다.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아첨과 화려한 기교다. 트럼프를 ‘아버지(daddy)’에 비유해 화제가 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수준의 아첨은 기본이다. 성공적인 회담 뒤에는 골프 국가대표 출신으로 트럼프와 조를 이뤄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핀란드 대통령 같은 개인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행사에 초청한 프랑스 같은 화려한 의전, 이스라엘-이란 전쟁 휴전으로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같은 외교·군사적 성과가 있었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두 번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다. 첫 번째가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팁이라면, 두 번째는 실패를 막기 위한 조언이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되는 정상회담은 트럼프와 함께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마가(MAGA) 진영을 대표하는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종종 민감한 현안을 두고 상대 정상을 몰아붙이는 청문회처럼 흐른 사례가 많다. 여기에 취재기자로 회담장에 들어오는 친트럼프 성향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던지는 예상치 못한 질문까지 회담장 곳곳에 지뢰가 숨어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상대 정상을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의 기념 촬영을 마치자마자 백악관 3층에 있는 트리티룸으로 따로 안내해 비공개로 10여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공짜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정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왜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느냐”는 등 당시 한미 관계의 민감한 현안들을 마치 압박 면접하듯 꼬치꼬치 캐물었다는 것이다.

韓 대중국 정책, 관세-안보에 영향

이 대통령 역시 트럼프의 돌발 질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까다로운 질문은 중국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참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그 답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분법적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트럼프에겐 이런 전략적 모호성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후속 관세 실무협상에도 반영될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 협상이 불발된 일부 국가들에 대해 “국가 안보 문제에 관해 미국과 충분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미국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동맹 전반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실용외교 구상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느냐가 이번 회담에 달렸다.

#이재명#도널드 트럼프#정상회담#한미 관계#관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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