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실패 막으려면 ‘後검증’ ‘세평검증’ 개혁해야[기고/김호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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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고위 정무직 인사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불투명한 사전 검증과 국회의 정쟁화된 사후 검증이 맞물리며, 장관 후보자 낙마와 대통령비서관 자진 사퇴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검증의 첫 단계인 대통령실 인사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는 협력이 아닌 경쟁 구조에 있다. 최종 후보자 결정이 대통령 측근 간 정치적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세평’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정보 제공자의 사적 감정 등에 의해 왜곡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크다.

인사청문회는 ‘신상털기’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라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후보자가 가족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고, 위증을 해도 처벌 규정이 미약하다. 특히 국무총리와 같은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직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 인사시스템 실패의 원인은 국회 청문회로 미루는 ‘후(後) 검증’ 구조에 있다. 미국은 백악관 인사관리실(PPO)이 인재 발굴을, 연방수사국(FBI)이 사실 확인을, 정부윤리청(OGE)이 윤리 검증을 각각 담당함으로써 상원 청문회 이전에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영국은 독립공무원위원회를 통해 인사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한다. 프랑스나 독일은 장기적인 인재 양성 관점에서 전문적 역량을 중심으로 인재를 발탁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위 정무직 인사시스템의 개혁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립 인사 검증 기구인 가칭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처’의 신설이다. 인사검증처는 경찰의 세평 대신 사실관계를 조사하며, 재산 공개 내역과 잠재적 이해충돌 문제를 분석한다. 후보자의 금융정보, 수사 기록 등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최종 인사검증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한다.

둘째, 국회 인사청문회는 두 단계로 진행하되, 첫 단계는 소관 상임위원회 내에 비공개 ‘청렴성 검증 소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가 최소한의 윤리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분석한다. 소위원회는 심사 후 적격, 부적격 의견을 본위원회에 보고한다. 두 번째 단계는 공개 검증 절차로, 1단계를 통과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 비전, 전문성, 직무 수행 능력 등 역량 검증에 집중한다. 이원적 청문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검증 기간은 현행 20일에서 30∼45일로 늘리고, 자료 제출 및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다.

셋째, ‘고위공직자 임명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재산 형성 및 납세의 투명성,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윤리 기준 등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한다. 정권마다 달리하는 인사 검증 기준에 대한 논란을 없애자는 것이다. 후보자가 고의로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중대한 사실을 은폐한 경우, 자격을 박탈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이 같은 인사시스템 개혁은 역량 있는 인재들의 공직 진출 매력을 높이고, 국정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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