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수영]산사태 막으려면 산림관리 계속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8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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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영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교수
우수영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교수
올해 산청과 가평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주민이 대피하고, 거주지와 생활 터전을 잃은 채 시름에 잠겨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역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먼저 산사태를 과학적으로 진단해 보면 다음과 같은 주요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산사태는 토양이 물을 머금다가 암반과 토양이 분리되는 임계점을 넘으면 발생한다. 올해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단기간에 쏟아진 집중호우다. 산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건조한 3, 4월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데, 나무가 불타고 식생이 사라지면 물을 붙잡는 역할이 약해져 산사태로 이어진다.

지난 7월 16~20일 사이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가 내려 산사태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특히 산청에는 시간당 최대 94.5㎜, 누적강우량 794㎜의 유례없는 폭우가 집중돼 토양이 견디지 못하고 산지와 농경지를 가리지 않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시간당 30㎜, 하루 100㎜, 연속 강우량 200㎜ 이상의 호우에서는 산림 상태와 무관하게 어디서든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도 산사태에 취약하다. 전국 산지의 65%가 경사도 20° 이상의 급경사 지형이다. 강우가 산사태를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이라면, 지형·토심·토성·지질 등은 간접적 요인이다. 나무와 식생이 많더라도 경사가 급한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발생한다. 반대로 경사가 완만하면 강우 강도가 높아도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일부에서는 벌채, 간벌, 사방사업 등 산림 관리 활동이 산사태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숲을 ‘손대지 말아야 할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산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이며, 벌채나 숲가꾸기 같은 관리 활동이 주원인은 아니다. 산사태 지역을 조사한 전문가들도 산림관리와 무관하게 산사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모든 산지에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위험 지역을 철저히 조사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천에 댐이 필요하듯, 산에도 토석류와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댐이 필요하다. 사방댐은 시간이 지나면 흙과 돌이 차서 기능을 상실하므로, 집중호우가 강해지는 현실을 감안해 사전에 준설하거나 2중·3중의 계통적 사방댐을 설치해야 한다.

집중호우나 급경사는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지만, 사방댐 같은 시설 설치·개선은 가능하다. 합리적인 산림 관리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산사태에 강한 숲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피해를 줄이려면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대응이 강화돼야 한다. 위험 지역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과 선제적 관리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합리적인 산림 관리와 인프라 보강이 산사태 예방의 핵심이다.

#산사태#자연재해#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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