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과 복리를 위해 적시에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가구의 80%가 비(非)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위협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상 협의이혼 절차를 개선하고 가사소송법에 양육비 이행강제제도를 도입했다. 2015년에는 양육비 이행강제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설립됐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비양육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그의 재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이행강제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양육비이행법을 개정해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양육비 불이행자 명단 공개, 형사처벌 등 다양한 간접 강제 방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양육비의 자발적 지급은 만족할 만한 수준에 그치지 못했다.
마침내 7월 1일부터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양육자가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먼저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비양육 부모에게 구상하는 방식이다. 선지급 도입 법안은 2005년 처음 국회에 제출된 뒤 2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기존의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중위소득 75% 이하의 극소수에게만 지원됐던 것과 달리, 양육비 선지급제는 중위소득 150% 이하의 한부모가족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25일 만에 313건의 선지급이 이뤄졌으며 그중에는 자녀 4명을 키우는 남성의 신청 사례도 있었다.
선지급을 신청하려면 직전 3개월간 양육비 지급이 연속해서 이뤄지지 않았어야 한다. 또 가사소송법이나 양육비이행법에서 정하는 이행강제 절차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이 같은 양육비 선지급의 신청 자격은 그동안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이용하지 않았던 한부모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비양육 부모가 선지급을 방해할 목적으로 3개월 사이에 간헐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경우 선지급 신청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육비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도 선지급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선지급제는 양육비 이행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 취득의 제도적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 후 비양육 부모에 대해 갖게 되는 구상권은 국가가 개인에 대해 갖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 징수 절차에 따라 추심할 수 있어 비양육 부모의 동의 없이도 재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재산 정보를 알지 못해 이행강제가 어려웠던 사례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어 양육자를 돕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육비의 자발적 이행이 자녀의 복리에 가장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지급은 이행강제의 마지막 처방이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유지될 때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구상권 행사로 인해 자녀와 비양육 부모의 관계가 더 멀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양육비 선지급이 그 본래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양육비 이행강제가 비양육 부모의 자발적인 양육비 이행을 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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