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글로벌 빅테크 메타는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용 데이터 라벨링 기업인 ‘스케일AI’에 약 20조 원을 투자하고, 데이터 전문가 알렉산더 왕이 메타 초지능연구소(MSL)를 이끌도록 했다.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전형적인 ‘어퀴하이어(Acqui-Hire)’인 셈이다. 8월에도 최소 10명 규모의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원을 추가 영입했다. 애플 역시 부족한 자체 AI 기술 해결을 위해 AI 검색 분야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와 ‘미스트랄’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의 AI 굴기는 세계 상위 20% AI 연구자 가운데 47%를 차지하는 막강한 인재 풀에서 비롯된다. AI 인재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국가 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 추론·예측에서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AX 2.0 시대’로 진입했다.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가 금융·의료 등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까지 확산되며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AI+X’처럼 AI를 특정 도메인에 삽입하는 단계를 넘어 특정 도메인이 중심이 돼 AI를 결합시키는 ‘X+AI’도 논의가 뜨겁다. AI 인재는 경쟁의 판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이자, AI 대전환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국의 AI 인재 확보는 어떤가.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AI 인재 유출 문제도 있다. AI 인재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보고 핵심 인재, 융합 인재, 최고급 연구자 등 다양한 산업·연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AI 인재 스펙트럼’ 구축이 필요하다.
AI 대전환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AI 핵심 부문과 융합 분야를 병행해서 인재 저변을 넓혀야 한다. 대학의 교육 과정에서도 AI 모델부터 데이터, 응용 도메인까지 포함한 AI 전문가를 조기 발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공 지식과 AI 역량을 동시에 갖춘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도구로서 AI’가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신입사원 대신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른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각 대학은 기업 현장의 요구 역량과 교육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산학 연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바로 인재를 투입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젝트형 교육을 수행할 ‘AX대학원’을 신설하고, 산업 전반에 AI 확산·적용을 위해 대학과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대학 내 ‘AX 융합연구소’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고급 연구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기르기 위한 튼튼한 성장 사다리 구축이 필요하다. 학생 연구자가 신진 연구자, 중견 연구자를 거쳐 최고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AI 스타펠로십’ 등을 확대하고, 연구 역량을 축적해 AI 혁신을 주도할 ‘리더 연구자’를 길러내야 한다.
AI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본격적인 AX에 대응할 다각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 AI 코어 기술을 개발할 핵심 인재, 다양한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융합 인재, 우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1% 최고 인재까지 놓치지 않도록 AI 인재를 위한 종합 육성 시스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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