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혁신 인재 양성, 기업이 나서야[기고/민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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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143억 달러(약 20조 원). 글로벌 빅테크 메타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기술 개발사이자 직원 20명 규모의 기업인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이다. 메타는 최근 신설한 초지능연구소의 책임자로 스케일AI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왕을 영입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첨단산업에서 기술 경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결국 사람이다. 메타가 AI 연구에 필수 요소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이상으로 뛰어난 인재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노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메타처럼 큰 비용을 들여 외부 인재를 수혈할 수는 없다.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위한 인재 양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AI, 반도체, 이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학부와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기존 교육 과정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산업적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해 교육 기간이나 내용 등 교육 과정 전체를 유연하게 계획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5일 문을 연 LG AI 대학원은 주목할 만하다. LG그룹이 AI 연구 인재를 자체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 인가를 받아 만든 국내 첫 정식 사내대학원이기 때문이다.

LG AI 대학원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 현장에서 실현된 첫 번째 결실이기도 하다. 특별법은 산업계가 주도하는 인재 공급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을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실질적 교육 주체로 인정하고, 관련 활동을 정부가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은 직접 교육 과정을 개설해 취업 준비생과 재직자들을 교육할 수 있다. 사내대학원이나 첨단산업 아카데미가 그 사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이 특별법에 따라 첨단산업 인재혁신센터로 지정돼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연내에 주요 업종 협단체를 첨단산업 아카데미로 지정해 중소·중견기업의 자체 인재 양성을 돕는 한편, 산업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전문 양성인으로 등록시켜 실무 교육에 참여하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첨단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산업계가 주도하는 실무형 인재 배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민관이 적극 협력해 LG처럼 자체적인 인재 양성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글로벌 빅테크#메타#스케일AI#첨단산업#초지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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