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출발점, 9·19 군사합의 복원돼야[기고/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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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수석대표·예비역 육군 중장
김도균 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수석대표·예비역 육군 중장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참관한 가운데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19일로 7주년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남북은 합의 체결 이전의 대치 상태로 돌아갔다. 9·19 군사합의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 불사를 거론하며 일촉즉발의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을 때 이를 막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던 실제적 조치였다.

남북 접경지역은 수십 년간 대결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반복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그런 접경지역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문건이 바로 9·19 군사합의서다. 합의 체결 이후 5년 동안 일대에서 무력 충돌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 합의가 접경지역을 위한 최적의 안전핀임을 보여 준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9·19 군사합의는 완전히 파기됐고,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증폭됐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첨예한 대립 상황이 조성됐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전쟁 공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북한을 끌어들여 계엄의 명분을 삼으려 했다는 정황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이 왜 그토록 이 합의를 파기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9·19 군사합의는 정전협정 정신을 구현하는 한편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평화 정착 노력을 현실적으로 접목한 것이었다. 접경지역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실효적 조치를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 남북 정상이 직접 보증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을 확대하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및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 수역화 등을 위한 실행 가능한 조치를 마련한 것이었다.

합의 7주년인 지금 다시 한반도에 평화의 디딤돌을 만드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고, 지역 민생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평화가 경제’이고 ‘평화가 밥’이라는 대전제를 접경지역에 실질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남북 대화 채널과 9·19 군사합의의 조속한 복원인 것은 틀림없다.

닫혀 있는 남북 소통창구를 조기에 개통해 대화 채널을 정상적으로 가동시켜야 한다. 또한 9·19 군사합의 복원과 관련된 협의 역시 시작해야 한다. 9·19 군사합의의 조속한 복원이 남북 간 실질적인 평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 대통령도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선제적·단계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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