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집권 6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4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 공화당 지지자를 비롯한 보수층의 지지는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핵심 지지층이 선호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그의 재집권 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대선과 지난해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일리노이주 농촌의 상황을 보자. 이곳은 미국 내 최대 대두(大豆) 생산지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중국과 벌인 관세 전쟁 여파로 일리노이주의 대두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산 대두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자 대두 가격이 급락했던 것이다. 2018년에만 일리노이주의 농산물 수출액이 14억 달러(약 1조9320억 원) 감소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원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일리노이주 농부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외친다.
대두를 재배하는 주민 스티브 핏스틱 씨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대통령의 관세, 각종 대(對)중국 강경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 최근 무역 합의를 맺은 교역국에 모두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해 이를 관철시켰다는 것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국산 쌀, 콩, 쇠고기, 와인 등의 수출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강한 미국’, ‘승리하는 미국’의 자부심을 느끼는 건 덤이다.
자동차에 의존하는 물류 체계 때문에 미국인이 유달리 민감한 휘발유값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크게 떨어졌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역의 휘발유 가격은 22일 기준 갤런(약 3.79L)당 3.144달러로 1년 전(3.501달러)에 비해 10.2% 하락했다.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 또한 상승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아직은 미국인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20일 CBS방송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수 성향 미국 성인의 81%가 “대통령이 경제 의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호평했다.
야당 민주당 지지자가 아무리 반대해도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보수층 지지 또한 굳건하다. 이 조사에서 보수층의 88%가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는 이민 당국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 미국 밖으로 추방하는 영상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친김에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의 연방하원 의석을 현재 38석에서 43석으로 늘리려는 선거구 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정책에 확실한 지지를 보내줄 미국인이 분명히 많다는 자신감.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의 관세 전쟁과 무역 협상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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