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값싼 인력 아닌 성장 파트너로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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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는 울산 동구. 조선업이 활기를 띠면서 외국인 유입도 늘었다. 동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21년 2953명에서 올해 6월 1만29명으로 급증했다. 소방서, 경찰서는 통역사 확보에 나섰고 구청은 스리랑카어 등 4개 언어로 외국인 소식지 발행을 시작했다. 동구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베트남, 네팔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온 조선업 관련 인력이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국내에서 취업허가를 받은 외국인 85%는 단순기능인력이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광업 등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 일자리를 메우고 있다. 금형, 주조 등 뿌리산업에서도 버팀목 역할을 한다. 특히 관세 협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조선업에선 고령화 공백을 채웠다. 처음에는 숙련되지 않아 용접 등에서 생산성이 낮았지만 점차 숙련도를 높이며 안착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흔히 ‘코리안 드림’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지에서 한국어 시험, 기술 시험, 건강검진 등을 미리 통과해야 하고 추가 교육도 마쳐야 하며 모집 인원이 생겼을 때만 들어올 수 있다.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까지 더해져 직장 내 괴롭힘에서 더 취약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목돈을 모아 본국에 돌아간 뒤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 배운 주물, 가구 제작 등으로 사업을 시작해 세차장, 부동산 등으로 확장하고 상당한 부를 일군다. 본국에서 중산층 이상을 형성하며 현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사로 성장한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근면, 성실 등 자국민도 배웠으면 하는 부분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낯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도 많다. 차별과 무시 등 자신들이 당한 수모를 떠올리며 일부 혐오감까지 드러낸다. 외국인 근로자를 지게차에 비닐로 묶는 등 인권을 유린하거나 상습 폭행으로 숨진 사례도 있다. 매년 1200억 원 안팎의 임금 체불도 발생하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의 파독 광부와 간호사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했다. 그래도 독일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고 사회복지 혜택에도 차별이 없었다. 반면 1970년대 중동 국가에 진출한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인종적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부 중동 국가들은 현재도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자국민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고국에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들은 평생 한국에 대해 언급한다.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어도 구사한다. 자녀를 한국에 유학 보내기도 하고 중고차 수입, 화장품 수입, 여행사 등 크고 작은 한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며 양국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스리랑카, 네팔 등은 미래 시장의 가치로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와 자녀들이 서로 유대감을 가지고 협업할 수 있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우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히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할 경제 파트너임을 잊어선 안 된다.

#외국인 근로자#조선업#뿌리산업#고령화#노동 환경#직장 내 괴롭힘#임금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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