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광복절 사면 직후 돌연 ‘2030세대 남성 극우론’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조 원장은 “2030 남성이 이른바 극우 성향을 보인다”며 “(2030세대 남성 일부가) 국민의힘이라는 극우 정당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 입시 비리 문제 등에 대한 비판이 2030 남성이 극우화됐기 때문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일자리, 대학 등록금, 취업, 집 문제에 고통과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라고도 했다. 논란은 됐지만 이 발언은 지난 대선 때 사실상 실종됐던 2030세대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리는 효과를 냈다.
특이한 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이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양당 지도부는 이 사안에 대해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의 “2030세대 청년들이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지 염려가 됐다”는 발언과 박상혁 의원이 “청년 세대의 건강성을 믿는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2030세대의 남녀 갈등은 10여 년 전부터 심화했으나 정치권이 이용하거나 방치하면서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30 남녀가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적대적인 언사가 넘쳐난다. 지난해 결혼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부부가 1176쌍으로 재작년 대비 40% 늘어난 데 대해, 일부 2030 남성은 젠더 갈등 심화가 해외 결혼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을 내놓을 정도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젠더 갈등 이슈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민주당은 2030 여성, 국민의힘은 2030 남성으로 지지 기반이 나뉘어 있다 보니 현상 유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꼬일 대로 꼬인 젠더 갈등을 풀어낼 자신이 없으니 아예 건들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20대 남성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24%로 2022년 대선보다도 12.3%포인트 줄었다. 30대 남성 지지율도 34.5%로 지난 대선보다 4.7%포인트 줄었다.
그렇다고 2030 여성들이 이 대통령을 전폭 지지한 것도 아니었다. 20대 여성 58.1%, 30대 여성 57.3%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대 여성 50%보다는 높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 여성의 70% 내외에 비하면 10%포인트 이상 낮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청년층을 성별로 갈라치기 할 뿐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대로 청년들의 젠더 갈등을 방치한다면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과 국가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은 한쪽 성별을 낙인찍고 배제하는 표현을 자제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거대 양당은 미래 세대인 2030을 갈라 먹는 ‘적대적 공생’을 반성하고 각자 2030세대 전체로 지지를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함께 청년 전체를 아우르는 일자리, 주거, 교육, 돌봄 정책 등을 제시해 실질적인 삶을 돌봐야 할 것이다. 곧 출범할 민생경제협의체에서 청년 고용 대책 등을 내놓으며 정치권 전체가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