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혁신은 우리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곧 인류의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기술은 인간의 책임감과 통찰을 더욱 절실히 요구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해 말해 왔다. 하지만 특이점은 인간 능력의 한계와 발전 속도를 알고 있을 때에나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기술이 추월해야 할 목표로 삼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존재다. 아무리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이 놀랍다 해도, 그것은 학습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일 뿐 인간 고유의 감정이나 삶의 통찰 같은 고차원의 창의성은 지니지 못한다.
그렇기에 창의성은 언제나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 단순한 조합과 창조는 그 격이 다르다. 인류는 신(神)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옮기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성’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신격화해선 안 된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때 ‘무엇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인간 중심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완성된 전문가가 아니라 ‘언제나 배울 준비가 된 시민’이다. 호모 쿵푸스(Homo kongfus), 즉 ‘공부하는 인간’만이 이 신기술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오픈AI의 챗GPT 역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도의 언어 능력과 지성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교육도 기술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사유하는 방법, 즉 수사학과 철학에 중심을 둬야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겪으며 발전해 왔다. 이번에도 그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품격과 책임감을 지키며 기술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인간과 기술을 함께 이해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기술의 진보에서도 특이점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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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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