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혁신 도구가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AI는 금융, 의료, 물류, 교육 등 주요 산업은 물론이고 창의적 활동의 영역으로 여겨온 예술과 콘텐츠 제작에서까지 활용되고 있다. AI는 이미 일상 속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사람을 준비시키는 교육의 속도가 훨씬 더디다는 데 있다.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때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기술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핵심 고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바로 교육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틀에 머물러 있다. 정형화된 학사 일정, 경직된 커리큘럼, 교과과정의 복잡한 개편 절차 등으로 인해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려면 수년이 걸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모델이 바로 직업교육이다.
직업교육 기관은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단기, 모듈형 교육과정을 신속히 개설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을 현장 기술과 실습 중심으로 구성해 실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연령과 학력에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이 교육받을 수 있는 개방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 청년은 물론 경력단절자나 중장년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직업교육 기관은 그동안 ‘뿌리 기술’로 불리는 용접, 기계가공, 전기제어, 금형 등 제조업 기반 기초기술 인력 양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기초기술은 단순 반복의 숙련을 넘어, AI나 스마트팩토리 같은 첨단 기술과 융합할 때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주목할 점은 직업교육의 신속한 대응이 결국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직업교육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 부처를 초월한 직업교육 체계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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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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