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오자병법보다 유명하진 않지만 고대시대에는 두 병서의 인기 못지않게 사랑받던 병서가 ‘사마법’이다. 사마법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장 사마양저가 지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제나라 위왕의 명령으로 편찬된 병서다. 아마도 병서 안에 사마양저의 저술도 있고, 그의 명성이 높아 사마양저의 저술로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사마법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라는 정상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만 다스릴 수 없고, 비상수단을 써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쟁이다. 사람을 죽이고 땅을 태우고, 남의 나라를 정복한다.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사마법은 ‘숭고한 목적, 정의를 목적으로 한 전쟁이라면’이란 단서를 단다. 적국의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면 침공해도 괜찮고, 전쟁으로 전쟁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라면 올바른 전쟁이라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전쟁을 아무리 비난해도 전쟁이 일어나는 게 인간 세상이다 보니 이런 전제로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마법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동서양의 전쟁에서 이 같은 전제는 무한히 활용됐다.
사마법의 전쟁 개념은 자칫하면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남용될 수 있다. 사마법도 이런 오남용을 예상하고, 중등 이하의 사람은 이런 논리로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숭고한 목적과 정의감이 진실될 때에만 사람들이 전쟁도 따르고, 편법도 따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의로운 통치자가 얼마나 될까? 수많은 지배자들은 정의를 가슴에 품는 대신에 정의를 위장해서 백성을 선동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진심으로 정의로운 사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전 세계가 선동과 포퓰리즘에 흔들리고 있다. 그 덕분에 전쟁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이건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인류가 넘어야 했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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