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극단을 치유한다?[임용한의 전쟁사]〈384〉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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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동지가 되는 방식이 매번 다르다. 동지가 되는 원인, 기간, 협력 방식은 시대 변화와 다양한 조건에 지배를 받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세계의 블록화가 얘기될 때, 많은 분들이 1차 세계대전 전야 같다고 걱정했다. 이 전쟁이 발발한 뒤 강대국들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로 나뉘자 1차 대전 재발설은 더 힘을 받았다. 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젠 2차 대전 전야 같다.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20년대 세계를 휩쓴 대공황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탄압, 사회 통제와 경제에 국가가 강력히 개입하는 국가주의를 낳았다. 현재 세계를 휩쓰는 열풍이 국가주의다.

당시 국가주의 경향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통된 현상이었다. 양 진영은 서로 자신이 민주주의이고 상대는 공산 독재, 파시즘이라고 비난했다. 극단적 진영논리와 혐오, 인종주의가 1930년대를 휘감았다. 극우와 극좌가 특정 국가에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다.

1930년대 나치당의 깃발을 들고 파시스트 복장을 한 시위대가 영국 런던 거리를 행진했다. 독일은 공산주의 운동이 치열했다. 나치도 공식 명칭은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이다. 무솔리니는 열혈 사회주의 가정에서 태어났고, 젊었을 때는 사회주의 투사였다.

광적인 진영 대결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강력한 국가, 독재 체제, 우리 편이었다. 즉 ‘선한 독재’, 상대의 말살을 위한 ‘정의로운 독재’라는 이념을 내세웠다. 현상은 반복돼도 방식과 순서는 다를 수 있다. 지금의 세계가 딱 그렇다. 변치 않는 교훈도 있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지만 극단으로 극단을 치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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