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아와 이집트를 정복해 로마를 제국으로 만든 사람은 카이사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단번에 이뤄지는 법은 없다. 카이사르의 등장 이전에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군사 실력자가 로마를 제국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대에 로마는 지중해와 에게해를 장악하고, 그리스와 튀르키예 지역을 정복했다.
두 사람의 권력 기반은 군대와 승리였다. 마리우스와 술라는 군사제도도 개혁했다. 두 사람에 의해 로마군은 시민군의 색채를 지운 뒤 직업군인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무기 및 군사기술로 무장했다. 영화에서 많이 본 로마군단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로마의 군사개혁은 훌륭했지만, 군단을 지휘하는 권력은 곧 타락했다. 두 사람은 선후배 관계였지만, 결국 대립했다. 이 대립은 로마를 내전으로 몰아넣었다. 군단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돈을 확보하며 라이벌과 반대파를 제거하는 것이 새 권력 획득 방식이 됐다.
군사적으로는 후배인 술라가 마리우스보다 뛰어났다. 훗날 카이사르와 삼두정치를 이루는 크라수스, 폼페이우스는 술라 휘하에서 전투를 익히며 성장했다. 카이사르는 술라에게 위험인물로 낙인찍혀 도주 생활을 했다. 마리우스를 내쫓고 집권한 술라는 공포정치를 폈다. 살생부를 만들어 마리우스파를 잔혹하게 처형했다. 그는 여신이 나타나 자신에게 망치를 주며 원수를 때려죽이라는 꿈을 꿨다고도 했다.
군단병이 직업군인이 되면서 군대를 유지하고 정치인을 매수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술라는 정복지를 가혹하게 약탈하고, 정적을 죽여 재산을 몰수했다. 동시에 권력을 유지하려면 인심을 얻어야 했기에 아낌없이 베풀어야 했다. 그는 한쪽에서 빼앗고 한쪽에서 베푸는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됐다. 술라는 생전에 자신의 비문을 이렇게 작성했다. “친절한 행동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악의에 찬 행동은 어떤 적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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