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소주’라 불리던 국보소주가 자금난에 빠진다. 국보그룹 2세 경영자 석진우(손현주)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생긴 위기를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은 어떻게든 넘어보려 한다. 대량 해고 사태는 막기 위함이다. 이때 국보그룹을 집어삼키기 위해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최인범(이제훈)이 컨설팅 명목으로 접근한다. 종록은 인범과 소주를 나누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만 그가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배신감에 절망하게 된다. 인범 역시 원하던 대로 국보그룹을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남기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종록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갖게 된다.
‘소주전쟁’은 외환위기 당시 실제 벌어졌던 ‘진로 사태’를 모티브로 했다. 허구로 각색됐지만 사태의 전개는 당시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진로는 스스로를 ‘국민기업’으로 불렀다. 기업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동원되던 시절, 회사는 당연한 삶의 중심이었다. “한국 기업에는 어디나 과잉 충성하는 사람이 한 명씩 있다”는 영화 속 대사가 당시 일터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종록은 바로 그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의 과잉 충성이 안타까운 인범은 술김에 “가치를 회사 말고 자신에게 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일터에서는 더 이상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새로운 삶의 가치로 등장했고 회사보다 개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졌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면서 삶이 개인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국보소주가 무너진 뒤 자신을 위한 삶으로 돌아온 종록은 그를 찾아온 인범에게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준다. “너 자신을 위해 살아.” 국가와 국민과 기업이 우리 모두의 삶에 앞서 있던 시절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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