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가능성으로[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63〉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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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숨어요. 거짓말도 안 해요!”

―매기 강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세계적인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는 사실 비밀리에 활동하는 악마 사냥꾼이다. 어느 날 악마의 왕 귀마에게 영혼을 판 보이그룹 사자보이스가 등장한다. 사자보이스는 관객을 홀려 헌트릭스의 팬을 빼앗고, 퇴마사 어머니와 악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루미의 정체성이 탄로 난다. 멤버들과 팬들까지 등 돌리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루미의 양어머니 셀린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정체를 숨기자고 한다. 그렇게 모든 걸 돌려놓자고 설득하지만 루미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다. “더는 안 숨어요. 거짓말도 안 해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K팝과 함께 라면, 김밥과 같은 다양한 K푸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한 남산 서울타워가 보이는 서울의 전경과 한글 간판 가득한 거리가 볼거리를 더한다. 무엇보다 무속이나 갓을 쓴 저승사자 등의 설정은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지만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문화의 경계가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 준다.

어려서 캐나다로 이민 간 매기 강 감독은 태어난 나라와 살아갈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양국의 정체성을 한몸에 품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런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저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고 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새로운 시대에 과거에 세워진 경계가 무너지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성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가능성 그 자체다.

#K팝#헌트릭스#악마 사냥꾼#귀마#사자보이스#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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