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권익 활동 펼치는 김갑송 미교협 국장
추방 불법 이민자 60%가 無전과… 非백인 불법 이민자 집중단속
‘미국을 다시 하얗게’ 비판 커져
이민자 수용소들 시설 확대 중… 이민자 커뮤니티 간 연대 강화돼
미국 내 이민자 권익 및 인권 증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김갑송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은 비백인 이민자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고, 이민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한인 이민자들을 돕고, 다른 소수 인종 커뮤니티와도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제공
《“과거에는 공화당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과 체포, 추방을 조용히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법 이민자 단속을 마치 TV쇼를 제작하듯 요란하게 진행하고 또 알립니다.” 미국 내 한인 이민자들의 권익 증진 활동을 펼쳐 온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나눔터의 김갑송 국장(59)은 1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 단속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경하게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남미 출신들이다. 하지만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를 따라 적법하게 미국에 와 대학에 다니던 고연수 씨가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비자 연장 신청 중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한인 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고 씨는 미국 한인 단체들과 성공회의 구명 노력 덕분에 체포된 지 4일 만에 석방됐지만 시민권이 없는 한인들 사이에서 ‘나도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ICE는 국적별로 체포된 사람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인 37명이 ICE에 구금돼 있다.》
고 씨 구명 활동에도 참여했던 김 국장은 “현재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여러 명의 한인을 돕고 있고,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한인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며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은 미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과거 행정부들에 비해 요란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민자에 대한 공포심, 나아가 증오심을 키우려는 의도가 크다. 이전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 자체도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민자 인권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장기간 성실히 경제 활동을 했고, 거주지도 분명하지만 서류상 일부 미비점이 있는 사람들도 곧바로 체포하는 상황이다.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어도 그렇다. 또 많은 경우 체포되면 결국 추방까지 이뤄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추방당한 불법 이민자의 약 60%가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 불법 이민자, 나아가 전체 이민자에 대한 적개심을 최대한 키우려는 분위기다. 그리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비하 표현도 심해지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얼마 전 플리로다주 습지 안에 지어진 이민자 수용소 앨리게이터 앨커트래즈를 찾은 자리에서 ‘악어는 빠르다. 도망치려면 똑바로 뛰어선 안 되고 지그재그 형태로 달려야 한다. 그러면 살 확률이 1%는 올라갈 것이다’라며 비아냥거리지 않았나. ICE가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 즉 비(非)백인 이민자들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더욱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ICE가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을 집중 단속하는 건 불법 이민자 중 이들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닌가.
“2023년 미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비율이 80% 정도다. 압도적인 건 맞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은 각각 6%와 3% 정도다. 백인이 절대다수인 유럽·캐나다·오세아니아 출신은 4% 정도다. 사실상 중남미 출신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ICE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커뮤니티를 집중 단속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민자 권익 활동을 하는 다양한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데 동유럽과 남유럽 등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을 ICE가 대대적으로 단속했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백인인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선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뜻인가.
“사실 뉴욕만 해도 이탈리아계가 많이 사는 지역에 가보면 남유럽과 동유럽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꽤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에도 유럽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현재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더라. 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ICE가 단속을 진행했고, 체포된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최근 진행되는 불법 이민자 단속을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라고도 비판하는 것이다. 또 걱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인종 차별적 요소가 담겨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로 강하게 형성돼 있나.
“이미 많은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의도와 방식을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한다. 불법 이민자 단속, 나아가 반(反)이민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마가)’에 빗대 비판하는 것이다. 현재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미국을 백인들만의 나라로 다시 만들겠다는 인종 차별적 성격이 담겨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종차별과 인권 유린 논란이 제기되지만, 어쨌든 불법 이민자 단속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지 않나. 특히 백인들 사이에선 그런 인식이 강할 것 같다.
“미국 내 외식, 식품, 배달, 가공 업계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불법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런 추세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지속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경우 미국의 대도시들이 겪을 어려움은 상당할 것이다. 나아가 전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아는 대도시 거주 혹은 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들은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더라도 지금 같은 불법 이민자 단속에는 우려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는 추방하라고 하지만 막무가내식 단속과 추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민자를 접할 기회가 매우 제한돼 있는 농촌 지역 백인들은 다르다. 이들에게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하고, 강조하는 불법 이민자 관련 통계와 각종 문제점이 공포스럽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점령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농촌 지역의 백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 때부터 사실상 노골적으로 이민자 이슈를 강경 보수 성향의 백인 표심을 잡는 데 활용했다. 지난해 9월 미 대선 TV 토론에선 오하이오주의 작은 도시인 스프링필드로 이주한 중남미 국가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정보였고, 주요 언론에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나를 포함해 많은 인권, 이민자 단체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이민자들을 접하기 힘든 농촌 등에 거주하는 백인들 사이에선 이민자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트럼프 지지세를 더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움직임은 당분간 저지하기 힘든 것인가.
“일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전역의 이민자 수용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시설들의 최대 수용 가능 인력을 두 배인 10만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단속 관련 예산도 1700억 달러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미국에선 이민자 수용소의 90%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최근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의 강도가 약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추세를 보면 불법 이민자들이 단속에 걸려 체포되면 추방되기까지 보통 한 달 반 정도가 걸린다. 수용소들은 구금된 사람 수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 많이, 오랜 기간 수용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일각에선 이민자 수용소 운영 업체들이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연수 씨 외에 ICE 단속에 걸렸던 한인들 중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 또 한인들은 어떤 피해를 우려하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금될 뻔했던 영주권자 명문대생, 영주권자이며 과학자이지만 과거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현재 수용소에 구금돼 있는 사람, 불법 체류 중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까지 구입했지만 체포돼 두 달 가까이 구금 중인 사람 등 다양하다. 입양인들 중에서도 미국 시민권이 없는 경우가 약 4만9000명에 이르는데, 이 중 한인이 1만여 명이 된다. 이들의 어려움도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또 지금 같은 불법 이민자 단속이 지속되면 중남미 종업원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한인 소상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종업원 확보가 어려워 사업이 힘들어진 경우도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도움이 필요한 한인 이민자들을 우선 돕고, 다른 소수 인종 커뮤니티와도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것이다. 미교협이 30년 넘게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쳐 왔기 때문에 이미 광범위한 타 민족 단체 및 커뮤니티와 긴밀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연대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양심적인 백인 시민단체 및 커뮤니티와도 더욱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국장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과 졸업 △로스앤젤레스 민족학교 커뮤니티 활동가 △새너제이 민족교육봉사원 사무국장 △뉴욕 민권센터 이사 겸 커뮤니티 조직국장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이사 겸 나눔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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